일본 여행을 계획할 때 대부분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같은 대도시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번잡함을 피해 일본 특유의 정취와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소도시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일본은 고유의 전통과 자연을 간직한 아름다운 중소 도시들이 많고, 이들 지역은 대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깊이 있는 감성 여행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소도시인 가나자와, 다카야마, 하코다테를 중심으로, 각각의 도시가 지닌 매력과 여행자로서 주의할 점, 추천 일정 등을 상세히 안내해드립니다.
가나자와 - 전통과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북부의 숨은 진주
가나자와는 이시카와현의 중심도시이자 ‘작은 교토’라 불리는 일본 전통문화의 도시입니다. 에도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이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있으며,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약 2시간 반이면 도착할 수 있어 소도시 중에서도 접근성이 뛰어난 편입니다.
가나자와의 대표 명소는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인 겐로쿠엔입니다. 사계절 내내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이 정원은 정갈한 조경과 연못, 다리, 정자 등이 어우러져 일본 정원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인근에는 가나자와 성도 함께 있어 산책 코스로 적합합니다. 또한 전통 찻집 거리인 히가시차야가이에서는 전통 목조 건물 사이를 걷다 보면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곳곳에서 금박 체험, 전통 차 체험도 가능합니다.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한 여행자라면 21세기 미술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현대미술이 결합된 전시 구성은 감각적인 감상을 가능하게 하며,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여행객들에게도 좋습니다. 한편, 음식도 가나자와의 큰 자랑입니다. 오미초 시장에서는 갓 잡은 해산물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으며, 금박이 얹어진 디저트는 SNS 인증샷용으로도 제격입니다.
단점이라면 여름철에는 무더위와 장마가 겹치는 경우가 많고, 소도시 특성상 이른 저녁에 상점이 문을 닫는 경우도 흔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조용하고 여유로워서 혼자 여행, 부모님과 함께하는 가족여행, 힐링 목적의 휴식 여행 등에 모두 적합한 도시입니다. 도시 전체가 예술과 전통으로 구성되어 있는 가나자와는 '일본스럽다'는 말을 완벽하게 구현한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카야마 - 고즈넉한 시골 정취와 시간의 멈춤을 느낄 수 있는 곳
다카야마는 일본 혼슈 중부, 기후현의 북쪽에 위치한 산간 도시입니다. ‘히다 다카야마’로도 불리는 이곳은 고도 500m 이상의 고원에 자리 잡고 있어 여름에도 상대적으로 시원한 날씨를 자랑합니다. 에도 시대의 목조건물이 잘 보존되어 있어 전통 건축물에 관심 있는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필수 방문지로 꼽힙니다.
다카야마의 핵심 명소는 단연 산마치 거리입니다. 좁은 골목에 늘어선 다이닝바, 전통 공예 상점, 간장과 청주 양조장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거리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처럼 느껴집니다. 산책하며 오래된 가옥을 바라보고, 전통 공예 체험을 하는 재미는 대도시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경험입니다. 특히 히다규(고급 와규) 요리는 도쿄나 오사카보다 저렴한 가격에 최고의 품질로 맛볼 수 있어, 미식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자연도 아름답습니다. 다카야마 주변의 산들은 사계절 내내 등산과 하이킹을 즐기기에 적합하며, 근처의 시라카와고(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는 꼭 들러야 할 명소입니다. 지붕이 급경사로 된 전통 ‘갓쇼즈쿠리’ 형태의 가옥들은 마치 그림엽서 같은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겨울철에는 눈 덮인 지붕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여름에는 청량한 들판과 함께 맑은 계곡이 더위를 식혀줍니다.
다카야마는 인구가 적고 도시 규모도 작기 때문에 야간 활동이나 쇼핑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대중교통도 하루 몇 번에 불과한 경우가 많아, 렌터카 이용이나 정확한 일정 관리가 필수입니다. 하지만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이보다 좋은 선택지는 드뭅니다. 도시 전체가 자연과 전통, 사람의 따뜻함으로 가득한 다카야마는 바쁜 도시의 리듬에서 벗어나 일본의 깊은 감성을 느끼고 싶은 여행자에게 최적의 목적지입니다.
하코다테 - 바다, 야경, 그리고 미식의 조화가 완벽한 항구 도시
하코다테는 홋카이도 남부에 위치한 항구도시로,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본州(혼슈)와 홋카이도를 연결하는 관문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서양 문화와 일본 전통이 혼합된 독특한 거리 풍경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하코다테산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은 '일본 3대 야경' 중 하나로, 밤에 꼭 올라가야 할 명소입니다.
하코다테의 구시가지는 모토마치 지구에 위치하며, 러시아 정교회, 서양식 건물, 메이지 시대의 거리 풍경이 잘 보존되어 있어 유럽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낮에는 여유롭게 산책하며 사진을 찍기 좋고, 저녁에는 조명이 켜지며 이국적인 낭만이 배가됩니다. 하코다테 트램은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항구 지역을 연결해주는 주요 교통수단으로, 여행자 입장에서도 이동이 편리합니다.
먹거리 또한 하코다테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입니다. 하코다테 아침시장에서는 싱싱한 해산물, 특히 성게, 오징어, 가리비 등의 식재료를 바로 회로 먹을 수 있으며, 현장에서 바로 조리해주는 음식들도 가득합니다. 특히 하코다테식 카이센동(해산물 덮밥)은 신선도와 풍미가 남다르며, 여행 내내 질리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구성과 조합이 가능합니다.
근처에는 유명한 온천지인 유노카와 온천도 있어 하루 일정을 마치고 피로를 풀기 좋은 힐링 스팟입니다. 온천에서 원숭이를 만날 수 있는 ‘원숭이 온천’도 색다른 재미를 더해줍니다. 단점이라면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에서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국내선 비행기나 신칸센 환승을 통해야 하며, 이동시간이 다소 길 수 있습니다. 또한 겨울철에는 눈과 해풍으로 인해 날씨 변수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코다테는 낭만적인 분위기, 풍성한 먹거리, 조용한 바다, 그리고 이국적인 야경까지 모두를 갖춘 소도시입니다. 특히 연인 또는 부부 여행, 사진 촬영 중심 여행, 미식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에게는 강력히 추천할 만한 도시입니다.
일본의 소도시 여행은 대도시의 빠름과 화려함이 아닌, 깊이와 여유를 찾는 여행자들에게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가나자와, 에도 시대에 멈춘 듯한 고요한 다카야마, 그리고 바다와 야경이 아름다운 하코다테는 각각 독특한 개성과 매력을 지닌 도시입니다. 여행 목적과 스타일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도시를 선택하여 한층 더 의미 있는 일본 여행을 계획해보세요. 붐비지 않아서 더 좋고, 알려지지 않아 더 특별한 일본 소도시 여행, 지금 바로 준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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